ASIA AUTISM CENTER 아시아 종합 자폐 센터 

중증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는 50개월 아들 준우 엄마 장모(38)씨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 엄마들이 말하길 한국에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일은 비현실적인 거래요. 자폐 전문가도 적고, 사회적 편견도 심해요.” 그나마 10년 전, 5년 전보다 빠른 속도로 나아진 편이다. “아이가 클수록 더 나아지지 않을까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장씨의 희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도 자폐장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북미 지역처럼 체계화된 연구소와 치료센터, 교육기관이 곧 들어설 전망이다.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시아종합자폐센터’(가칭)가 그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자폐장애에 대한 치료와 연구가 활발한 국가에는 지역별로 거점이 되는 ‘센터’가 들어서 있다. 자폐는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도 불명확하고 명확한 치료 방법도 없다. 발달장애 특성상 한 명의 자폐 환자를 치료하는 데도 심리학·교육학·의학 등 여러 분야가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센터는 종합병원 형태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유타(Utah)주는 자폐장애에 대한 연구와 치료, 사회적 협력과 지원이 매우 활발한 곳이다. 유타대학의 한국 분교인 아시아캠퍼스를 이끄는 한인석(57) 총장은 이런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한국에 꼭 필요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자폐장애라는 결론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자폐장애 환자는 2012년을 기준으로 약 1만7000여명.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폐장애가 1000명당 4~5명꼴로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자폐 환자 수는 4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자폐장애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느는 추세다. 실제로 연세대 정신의학과와 루돌프어린이사회성발달연구소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경기도 고양시 초등학생 5만명을 대상으로 펼친 전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38명당 1명꼴(2.64%)로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발견됐다.
   
   한인석 총장은 자폐장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영신 당시 미국 예일대 교수(현 UCSF 교수)와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 교수와 저는 자폐장애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중국의 자폐장애 환자는 최소 수백만 명에 이를 거다. 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수천만 명이 자폐장애를 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은 매우 포괄적이다. 흔히 ‘자폐증’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증상, 즉 의사소통이 힘들고 언어나 몸짓 사용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도 환자마다 정도가 다 다르다. 더러는 한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기도 하고, 언어 능력은 탁월할 수도 있다. 자폐장애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훈련을 통해서 정상 범주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만약 자폐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 채로 둔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겁니다. 수십, 수백 명도 아니고 수만 명에 달하니까요. 그런데 조기 진단을 통해 집중적으로 치료하기만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한 아이가 자폐장애를 앓고 있다고 진단받을 경우 장애는 온 가족의 문제가 된다. 자폐장애의 특성상 치료받기 전까지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송희연(76) 전 KDI 원장은 종손자(從孫子)가 자폐 진단을 받고 나서 변화한 가족의 모습을 경험했다. “조카 가족이 종손자와 함께 병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 병 역시 사회적·개인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자폐장애를 관리하는 일은 사회 복지를 증진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만 마냥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죠. 자폐장애처럼 종합적이고 조직적인 관리가 필요한 분야는 민간에서 먼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희연 전 KDI 원장, 한인석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총장, 김영신 교수, 그리고 양문봉 응용행동분석연구소 소장이 모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4월에 아시아종합자폐센터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다. 구체적인 예산과 사업 계획을 세워 정부와 관련 기관에 비영리법인 형태로 가을에 예산을 배정받은 다음, 내년 초에 치료 부서와 교육 부서부터 출범시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센터 설립은 이미 지난 2012년 한 번 추진됐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한 총장은 “당시 담당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계획이 무산됐지만 아주 기초적인 작업은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한 총장과 송 전 원장이 설명해준 계획에 따르면 센터는 크게 네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될 예정이다. 치료 부서는 2012년 계획 당시에도 이미 연세대·가천대가 센터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는데 이번에 양문봉 소장의 합류로 보다 구체적인 틀이 잡혔다. 양문봉 소장은 최근 북미 지역에서 자폐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된 ABA 치료 전문가다. 이미 서울 잠실 지역에서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센터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치료는 특수교육, 심리학 등을 전공해 전문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최소한 반나절 이상 매일같이 이뤄져야 한다. 그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가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을 필요가 있다. “경기도 분당 등 신도시 중심으로 ‘분원’ 형태의 치료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각 치료센터마다 수용하는 환자 수는 30명 이상이 되지 않게 조절할 계획이다. “많아 봤자 교사 1명당 2~3명의 환자를 상대하는 자폐장애 치료에서 30명 이상의 환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만큼 교사 교육이 중요하다. “3년 이상의 임상 경험, 1개월 이상의 교육, 반년 정도의 인턴 기간을 거쳐 정식 교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조기 진단을 받고 이른 시기에 치료받는 영유아가 대상이 되겠지만 점차 청소년과 성인 등 생애주기별로 치료와 교육 대상을 넓혀갈 예정이다. 한 총장은 “자폐장애 치료는 평생에 걸쳐 지속되고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며 “사회복지 전문가 역시 센터 운영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서비스 부서는 센터를 찾는 환자들이 가장 먼저 거쳐 가는 곳이 될 예정이다. 최근 자폐 연구에서는 자폐장애를 조기 진단하고 집중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자폐장애 치료의 핵심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우리나라 자폐 환자 중에서도 24개월, 36개월 이전은 물론 17~18개월 영아기에 조기 진단받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한 총장은 “자폐 연구, 자폐 치료, 자폐 진단 모든 분야에서 정신의학과의 역할은 필수적”이라며 “센터 설립에 지지와 지원 의사를 밝힌 병원을 중심으로 치료 부서와 연결해 아시아종합자폐센터가 일종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자폐 연구와 치료, 교육 분야에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허브’가 되겠다는 게 센터 설립의 최종 목적이다. 연구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연구소와 대학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신경과학자인 베넷 레벤탈(Bennett Leventhal) 나단 클라인 연구소(Nathan S. Kline Institute) 부소장은 수면상태의 MRI 관찰을 통해 자폐장애의 생물학적 특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김영신 교수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자폐 환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기관으로 성장하는 데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매튜 스테이트(Mathew State) 예일대 유전자학과 교수는 “자폐 위험을 증가시키는 DNA 유전자 연구가 한국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한국 연구진들로부터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도움을 얻고 싶다”고 전해 왔다.
   
   한 총장은 “북미 지역의 자폐장애 연구자들이 자폐장애의 보편적 원인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연구 센터를 세워 세계 유수의 연구자들을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자들은 한국의 대학병원을 비롯해 기존 뇌 연구센터, 유전공학 및 신경학 연구센터 등의 연구자들과 협력해 연구를 이어 나갈 수 있다. 한 총장은 “일종의 프로젝트 형태로 연구를 지원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될 텐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연구자들과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부서는 좀 더 국제적이다. 한 총장과 김영신 교수는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아이디어만 있던 시절부터 교육 부서는 아시아의 심리·특수교육 전문가가 모두 모이는 곳이 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한국은 이제 아시아의 리더이다. 당장 중국만 해도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들을 교육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문가를 키워 내는 부서를 만들 계획이다.” 개발도상국 협력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나 각국 대사관과의 교류를 통해 아시아 지역 자폐 치료 교사 양성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송희연 전 원장은 “이미 협력 체제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원장은 인천 송도에 글로벌캠퍼스를 유치한 장본인이다. “10년 넘게 사업을 추진한 노하우를 아시아종합자폐센터 설립에 쏟을 것”이라며 “예산 지원만큼이나 정부와 관련 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인석 총장은 “계획대로라면 자폐센터는 아시아와 북미 지역의 신경과학 및 뇌과학 연구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지역 자폐 치료와 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태스크포스 팀장 역할을 맡을 송희연 전 원장은 “자폐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자폐센터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사회복지 서비스 체계를 갖추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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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글라데시 전문가 역량강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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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비전은 아시이의 허브역할을 할 것이다.